07/09/06 사랑을 말하다

scrap 2007. 12. 19. 06:02
어렵게 마음을 먹고 나간 자리.. 근데, 제일 마지막에나 마주치고 싶었던 그녀를
하필 약속장소에 들어서기도 전 문앞에서 만나고 맙니다
이자리에 나오기가 나만큼이나 불편했을 그녀...
근데 나를 보자마자 경쾌한 목소리를 내며 그럽니다

"너 오늘 안나오고 싶다 그랬데메? 왜? 나때메?
걱정마 해치지 않을께... 우리가 뽀뽀를 몇번이나 했는지
그런거 다 비밀로 해줄께... 불편해 하지마 OK? 들어가자"

그녀... 좀 느물거린다 싶기까지한 말들을 와르르 쏟더니
내가 반응을 보일 사이도 없이 혼자 문을열고 들어가 버립니다
내가 바로 뒤에 서 있는걸 알면서 유리문도 잡아주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총총총 카페 안으로 들어가는 그녀...

'역시 괜히 왔구나... 2년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나는 예상했던 후회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불편해보이는 뒷모습을 잠시 더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너 바보냐? 센척하고 싶으면 좀 잘하던가...
이렇게 도망가면서 그렇게 눈동자는 흔들흔들하면서
나보고 불편하지 말라는게 말이 되니?... 오지말걸...'

둘이 아닌 자리에선 그녀 좀 편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어디서 배웠는지 아까 내게 했던것처럼
다른 친구들에게도 느물거리는 소리를 곧 잘 하고,
겨우 두살 더먹어 놓고 10년쯤 늙은 사람처럼 그러기도 하고...
하지만 그러다가도 잠깐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 들여다보는 표정은
카메라가 꺼진 후의 여배우처럼 차갑기만 합니다...

'넌 많이 변하고 싶었구나... 하지만 하나도 못변했구나...  나도 그랬어
많이 변하고 싶었는데 하나도 못변했고 아직도 다 불편해
아직도 나한테 솔직하지 못했던 니가 밉고
니 그런 행동들이 다 나를 위한거였다는 것도 이해가 안돼...
널 보면 또 떨리는데... 아직도 니가 미워...
겨우 2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그치?'

다시 눈이 마주쳤던 순간 몇초간 가슴이 떨렸지만
그 떨림을 믿지 않기로 합니다... 처음부터 싫었진건 아니었으니까
그냥 미워서 헤어졌으니까... 다시 돌아가도 똑같을 거니까...

아직 난 하나도 변하지 못하고... 그대도 그렇고...


사랑을 말하다
AND